[ 길을 따라가며 ]
작년 5월쯤에 친구랑 경주에서 자전거를 탄 적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깐 휴대폰으로 길을 찾기도 어렵고 “날씨도 좋은데 아 그냥 막 달려보자” 하면서 무작정 달리는데 매번 갈림길이 나오고 항상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그냥 내키는 대로 일단 달려봤다. 달리면서도 “아~ 우리 이렇게 막 가고 싶은 대로 가도 되나? 나중에 다시 길 어떻게 찾아서 돌아가지?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은데? 좋긴 좋은데 대체 여기가 어디야!”라는 말을 하면서도 일단 계속 길을 따라갔다.
신기하게도 그냥 갈레 갈레 가다 보니 반납 시간에 맞게 다시 알던 길로. 우리가 돌아가려고 했던 길로 도착해 있었다. 그날 많은 걸 느꼈다. 아 길이라는 게 쭉 일자로 뻗어있는 게 아니라 어떤 길은 돌아서 결국 같은 자리로 오고 어떤 길은 막혀있어서 돌아서 다른 길로 가야 하고 항상 선택의 갈래에 있었다. 그런데도 길은 연결되어 있고 결국 도착하게 되어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후회했던 점은 자전거 타고 두 시간을 쉬지 않고 친구랑 달렸는데 달리는 길에서 예쁜 풍경, 하늘, 공기 조금만 더 즐겨볼 걸 하는 것이다. 이미 두 시간은 지나버렸는데.
그래서 그날 다짐한 게 일단 첫 번째. 그 자리에서 안주하지도 그렇다고 아직 저 멀리 있는 길을 걱정하면서 절망하지도 말자. 그리고 내가 바라는대로 쉽게 일자로 뻗어있는 길은 없다. 내가 지금 가는 길이 비효율적이고 조금 이상할지라도 이것 또한 내 길이구나. 남들보다 뒤처지지도 앞서지도 않구나.
그리고 두 번째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대를 더 오래 겪게될 미래를 위해서 준비하고 노력하되 그 사이에서도 20대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찾고 조금씩 주변을 보면서 지나가자 였다.
[ 그리고 나 ]
2020년의 나의 길은 뒤죽박죽 모든 것이 불안하고 불안정했다. 공대지만 애매했던 나의 과는 선뜻 목표하는 직무를 선택할 수 없었고 내가 이뤄낸 학점, 자격증, 공부들은 다 부질없어 보였다.
지난날에 나는 매일 밤마다 미래에 대한 걱정들로 울면서 잠들었던 거 같다. (그만큼 나의 인생을 잘 그려나가고 싶다는 욕심과 의지가 있었다는 거지!)
[ 일단 공기업? ]
나는 길을 좁게 봤던 거 같다. 사기업은 후보조차 넣지 않고 무작정 무섭고 낯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020년 컴활 등 공기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방학 때 취득하고 학교에서 하는 교육, 특강은 일단 다 들었다. 하지만 J의 성격 상 계획을 세우고 싶어도 전기, 토목, 건축처럼 선택할 수 있는 직렬이 없었고 답답함에 찾아간 진로 상담에서 사기업 준비를 처음 권유받았다.
[ 하지만 여전히 막막해 ]
사기업..? 일단 사기업 준비해보자! 그리고 2021년에 무작정 시작한 스마트 팩토리 융합전공. 융합전공의 전공들을 들으면서 데이터 분야에 관심이 생겼고 파이썬, SQL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혼자 준비하는 이론 공부는 내가 발전하지 못하고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고, 부족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 그리고 2022년 ]
엘리스를 처음 들어갈 때는 나는 데이터 분석을 준비했다. 그래서 초반 과정에 웹 프로그래밍 수업은 나한테 필요 없는 지식 같아 보였고 휴학을 해서 선택한 6개월은 길을 잘못 들어 낭비되는 시간인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잘못 들었는 줄 알았던 길은 나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과정이 시작되고 데이터 분석 스터디를 하면서 데이터를 보고 분석을 공부했는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도메인 지식의 중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엘리스 본 교육과정에서 백엔드를 공부하게 되면서 무언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준비해주는 농부 같은 역할이 더 적성에 맞다는 것을 느꼈다. 데이터 엔지니어는 데이터 분석가가 분석을 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잘 가공해주는 농부 같은 역할을 한다.
[ 다시 돌아와서 ]
지난 날의 나는 불안정하고 불안했고 남들의 길을 시기하고 질투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고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적성과 때가 있고 길이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비교하면서 초조해하고 나를 깎아내리면서 울지 않는다.
당장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성장해가는 게 느껴진다. 재밌다. 행복하다. 아직 한학기가 남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이지만 이 또한 지나가고 이 또한 나를 성장시킬 것이다.
[ 지난날의 나에게 ]
과거에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던 나를 마주친다면 꼭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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